4050만이 걸어온 인생길
나무의 시간 (tree time)
SOCAGAIN 조쌤
2025. 7. 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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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서두르지 않는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을 뿐이다.
나무는 말을 하지 않는다.
꽃을 피워도 조용하고,
잎이 져도 조용하다.
어릴 적 나는
푸르고 커다란 나무를 바라보며
참 든든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보니
나무는 든든한 게 아니라
아무도 모르게 오래 아팠던 존재였다.
몇 번이나 꺾였을 것이고
몇 번이나 속이 비었을 것이고
수없이 벼락을 맞고도
조용히 다시 일어섰을 것이다.
나무는 누군가를 태우고
누군가를 쉬게 하고
누군가를 살게 하면서도
끝내 자신은
한 번도 어디로 도망가지 않았다.
나무는 알고 있었다.
자란다는 건,
버틴다는 거라는 걸.
남는 건
높이가 아니라
견딘 날들이라는 걸.
나는 이제야 알았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의 나무였을지도 모른다.
눈물겹게 버티며
묵묵히 사랑했던 시간들이
언젠가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줄 수도 있다는 걸.
나도 서서히 나이 들어
가지가 무겁고
뿌리가 아플 때
나의 푸르던 날들을
누군가 조용히 바라봐 줄까.
바람에 흔들려도
잎이 지고 비에 젖어도
나는 끝까지 이 자리에 서 있으리라.
내가 사랑한 이들이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도록.
